네덜란드 외교장관 "원전 2기 건설계획…韓과도 논의 중"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사진)은 28일 "네덜란드 내 두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원자력 산업 분야 리더격인 한국과 밀접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훅스트라 장관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참석한 뒤 이날 방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 사전인터뷰에 나선 훅스트라 장관은 "유럽 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있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반도체 메이커들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빠른 시기에 네덜란드 방문을 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과는 반도체와 원전 등 경제 안보 증진 방안과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등 주요 지역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훅스트라 장관과의 주요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과 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요즘 두 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과 네덜란드의 관계는 매우 좋습니다. 한국전쟁의 결과로 한-네덜란드 사이의 강한 역사적 유대가 우정을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이우 양국 관계는 경제 분야서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는 네덜란드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더 확장하고 발전시키고 싶어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양국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국은 모두 국제 질서, 자유 무역 및 국제 협력에 기반한 룰에 의존하는 무역 국가입니다. 또 양국은 첨단기술 경제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치적 차원에서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심화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서부터 공급망 안전 및 안보.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중요 국제적 도전 과제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됨으로써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같은 한국의 제스처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네덜란드가 한국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한국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장관님은 한국 외교 당국자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 논의하십니까.

"우리는 많은 주제를 논의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전쟁과 이 지역의 안정에 대한 우려'는 우리의 공동 의제입니다. 또 우리의 주요 논의는 앞으로 양국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과 같은 기술 및 경제 관련 과제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특히 군사 분야에서의 활용에 대한 규범과 표준 등 개발 문제도 살펴볼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양자 논의를 했었던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의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합니다.

양국의 중요한 많은 지역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지속적인 무기 개발 문제는 큰 관심사입니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있는 지 알고자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모든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도 말할 것입니다. 또 저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대해 듣기를 고대할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인도-태평양 정책을 구체화한 유럽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지역의 파트너 국가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당시 두 정상이 원자력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후속 절차가 있습니까.

"원자력 분야는 실제 뤼터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논의된 많은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네덜란드에게 이 분야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기후변화의 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에너지를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와 결합한다면, 탄소 중립을 하기 위해 설정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오직 현재 한 개의 원자력 발전소만 운용 중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추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자력 분야의 리더 국가이고, 한국 정부는 당연히 이 주제에 관해 우리가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또 한국은 더 넓은 의미에서 핵 문제에 관한 한 우리에게 귀중한 파트너입니다. 우리는 핵 군축과 (핵무기) 확산방지, 핵확산금지조약 등을 한 축으로 해서 평화적 핵 협력의 주요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과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드리드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비롯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 한국 반도체 업체에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요청했습니다. 실제 ASML은 한국의 EUV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네덜란드의 한국 투자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먼저 네덜란드 모든 반도체 회사가 자랑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네덜란드 업체들은 모두 반도체 산업 각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일상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된 현대 기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한국은 선도적인 위치를 가진 파트너이며 우리는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ASML, ASMI 등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에 중요한 시장입니다. 저는 양국 정상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데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회사들은 스스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네덜란드 정부는 이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칩4) 예비회의가 최근 열렸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 동맹이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한국의 가입에 반대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본 적이 있습니까. 현재 글로벌 공급망 분쟁에 대한 의견을 알고 싶습니다.

"네덜란드는 글로벌 공급망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네덜란드의 칩4 동맹 가입 여부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이야기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TTC)에선 네덜란드가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는 포럼이 진행됩니다.

현재 우리의 관심은 EU 반도체법(EU Chips Act)입니다. 이 법은 어떻게 하면 EU 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있습니다. 분명히 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이 이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분야에서 더 경쟁력 있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 회사들을 환영할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하고,'부분 동원령'을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의견이 있으십니까.

"푸틴 대통령의 일은 완전히 정당화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네덜란드는 이런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제국주의가 21세기에 존재하도록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비난하고 무기 원조 및 대러시아 제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정치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 측면에서 처음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국을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에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직면한 전쟁 결과에 대해 모두 그 영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푸틴을 승리자가 되게 할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켜내야 합니다."

▷최근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선포하고, 선제 핵 공격을 사용할 권리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네덜란드의 입장은.

"북한의 새 핵 독트린 발표는 한반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지역을 넘어서는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또 지난 주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서 보듯, 이러한 우려는 북한의 거듭된 무기 실험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러한 도발은 용납될 수 없고, (북한이) 이련 경로를 계속하는 대신 대화의 길로 돌아가도록 우리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주요한 해결 방법은 다자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특히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강화하는 것에 있어서 긴밀한 파트너 국가입니다. 도전적인 과제이긴 하지만, 저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에 있어, (이외에) 어떤 대안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