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강훈식 후보가 11일 박용진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강 후보는 이날 세종시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시점은) 적어도 당장은 아니다”며 “반(이재)명 단일화만으론 민주당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박 후보가 제안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박 후보는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며 단일화를 재차 촉구했다. 박 후보는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낮은 투표율, 일방적인 투표 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박 후보의 단일화 제안은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이번 주말이면 전당대회 순회 경선의 반환점을 돌기 때문에 단일화 시너지를 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서다. 박 후보는 강 후보와 정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박용진이 제안하는 사회 연대정당과 강훈식의 쓸모있는 정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우리의 비전은 여러 차례 진행된 후보 토론회에서 많은 접점을 이뤘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위해 여러 형태의 물밑 접촉이 이뤄진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강 후보와의 만찬 자리에서도 이미 단일화 관련 충분한 공감대를 나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 같은 제안에 “지금까지 둘이 합쳐 얻은 권리당원 표가 전체 110만 표의 0.1%에 불과한 1만 표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는 명분도 감동도 파괴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