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가 ‘21세기 도산서원’이라는 별칭을 얻은 경상북도 화공특강의 강사 및 공무원들과 천년숲 맨발 산책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지사가 ‘21세기 도산서원’이라는 별칭을 얻은 경상북도 화공특강의 강사 및 공무원들과 천년숲 맨발 산책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올초 이철우 경북지사는 느닷없이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들고나왔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앵커기업 하나 제대로 없는 경북이 메타버스 수도라는데 적잖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7개월 뒤 경상북도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5개 정부 사업에 400억원대 사업비를 확보했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옛 기록물을 번역하는 사업 같은 것이다. 이 지사는 “몇천억원 단위 사업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3선 국회의원 시절 대한민국 살리기포럼 대표의원, 국회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국회 조찬포럼을 빼놓지 않았다. 이때 쌓은 인맥과 지혜가 그의 재산이다. 그는 점퍼와 운동화 차림을 즐긴다.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주변의 평. 하지만 평범함 속에서도 날카롭게 미래를 통찰하는 비범함 때문에 ‘제갈공명형 혁신가이자 지도자’로 통한다.

이 지사는 세상의 변화보다 앞선 혁신을 강조한다. 관료제 위기의 핵심이 ‘속도와 분업의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이 정보나 기술 습득에 늦어 변화에 뒤처지는 것이 속도의 위기다. 칸막이 없는 소통과 협력이 요구되는데 분업적 기능으로 설계돼 관료제가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지사는 이희범·정종섭 전 장관 같은 전문가를 경북의 기관장으로 모셔 와 이들의 인맥을 활용, 인재를 널리 구해 경북도정을 바꾸고 있다. 화요일 새벽 국내 최고의 인재를 초빙해 공부하는 ‘화공특강’은 174회를 넘어섰다. 실오라기 같은 인연도 한 번 맺으면 동아줄로 키워 성과를 내는 게 그의 특기다.

이 지사의 관심과 지향은 지방 소멸의 대안을 만들고 미래 대한민국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 경북이 국내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네 개를 유치한 규제자유특구의 작동 원리는 규제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실증’하는 것이다. 실증은 아이디어를 증명(proof of concept)하는 작업이다. 그가 지향하는 특구의 최종 지향점은 ‘수도권 병’을 치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모델을 경북이 먼저 실험하고 증명해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경북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라는 민선 8기 슬로건이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