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 운영의 시작을 열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 운영의 시작을 열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화물자동차에 대한 안전운임제 적용을 대폭 확대하고, 제조업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한다.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관련 기업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불경기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떤 제도 추진하길래

민주당은 30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올해까지인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현행 2개에서 7개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화물노동자생존권보호팀장인 최인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다. 최 의원은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이 개정안을 최우선 법안으로 선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속·과로·과적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운송 비용 변동을 조사해 법정 최저운임을 결정하는 식이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현재 적용 대상은 특수자동차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이다. 민주당이 발의할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를 적용할 7개 품목은 △수출입 및 환적 컨테이너 △시멘트 및 시멘트 원료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 및 사료 △택배 지간선차 등이다. 일반 화물차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올해 말 효력이 사라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이달 초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하면서 화물노동자의 파업은 8일 만에 끝났지만,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게 아니라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 28일 민생우선실천단은 경기 안산의 반월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을 찾아 한국중소기업중앙회 및 현지 중소기업인들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효과보다 부작용 우려”

하지만 이들 제도는 물가 폭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승에 따른 피해를 줄이겠다는 대책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안전운임제 확대는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야 사회경제학자인 한지원 씨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 연동 방식의 수입보장책은 물가 상승을 가속하는 탓에 지속하기 어렵다”며 “목소리가 큰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공급망 상단의 중견 제조업체만 수혜를 보고 나머지 업체들의 어려움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간담회에 참석한 허석 한남산업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8개월 동안 생산하는 제품의 평균 원자재 가격이 75% 정도 인상됐다”며 “1차 하청업체(벤더)가 원청업체로부터 인상된 가격을 받아내고, 다시 2차 벤더는 1차 벤더로부터 인상된 가격을 받아야 그 말단에 있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인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납품단가가 유의미하게 인상되더라도 그 수혜는 공급망 상단에 자리한 1, 2차 벤더 등만 누리고 말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설지연/전범진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