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안보와 경제 동맹을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대하려는 실리 외교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경제·안보 동맹 유럽으로 확장

尹, 취임 50일 만에 '다자외교 데뷔'…한·일 정상 만날까
윤 대통령이 10일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28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가입한 NATO는 이번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을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4개국은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협의체에 포함된 국가들이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한데 모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한·미 동맹 강화의 연장선”이라며 “서방의 자유민주진영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실리도 얻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영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우방들과 연쇄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주요 국가는 무역 금융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상회담 후 양국 경제 협력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꽉 막힌 한·일 관계 풀릴까

尹, 취임 50일 만에 '다자외교 데뷔'…한·일 정상 만날까
윤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은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가능성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순서로 정상회담을 하겠다”며 외교의 우선순위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관계 회복에 적극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윤 대통령이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을 만난 후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 국제 정세에서 일·한, 일·미·한 3국의 전략적 제휴가 이렇게 필요한 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일 간 신뢰를 회복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공동 발표한 합의문으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교가에선 양국 정상 간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이 어느 정도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이르면 이달 중순 일본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드리드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상훈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2019년 말 이후 한·일 정상이 만나지 않았다는 건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해묵은 여러 난제가 있는 만큼 잦은 만남을 통해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바림직하다”고 말했다.

좌동욱/김동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