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간 회동설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뒤늦게 이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양측의 만남이 실제 추진된 것인지, 추진됐다면 어느 쪽이 먼저 제안한 것인지, 또 미국 측이 뒤늦게 부인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양측이 만날 것이란 얘기는 지난달 말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나돌았다. 주로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였다.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야권 관계자도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정상급 지도자 사이의 회담은 각자의 국가에서 한 차례씩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난해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 후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호감이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 측이 지난달 초 비공식적인 만남을 타진해왔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씨는 대북특사론까지 제기했다. 그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단지 우정을 확인하고자 문 전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측에 대한) 대북특사 파견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현직 대통령과 별도로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상례는 아니다”며 회동이 추진됐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왜 이런 설들이 나도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 한 관계자는 “억측과 주장만 무성할 뿐 우리로서도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북특사설과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북특사설은) 들은 바도, 검토한 바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미국 측이 문 전 대통령 측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관련 소식이 미리 새 나가자 부담을 느껴 회동 자체를 취소한 것이란 설까지 나돌았다. 미국 측은 문 전 대통령의 의사를 타진한 뒤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었는데, 윤 대통령 측에 연락을 취하기도 전에 만남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서 부담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와는 반대로 문 전 대통령 측이 먼저 바이든 측에 만남을 제안해놓고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