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충북 지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누르면서 ‘충북 승리=대통령 당선’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치러진 여덟 차례 대선에서 지역 표심과 대통령 당선인이 모두 일치한 광역시·도는 충북이 유일하다.

10일 확정된 대선 개표 결과 윤 당선인은 충북에서 50.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45.12%였다. 윤 당선인은 충북에서 전국 득표율(48.56%)보다 높은 성적표를 받아 이 후보와의 격차를 넓혔다.

부친의 고향이 충남 공주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등 선거 초반부터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권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윤 당선인은 충남에서 51.08%, 대전에서 49.55%를 얻어 이 후보를 눌렀다. 공주와 파평 윤씨 집성촌인 충남 논산에서도 이 후보를 제쳤다. 이 후보의 처가가 있는 충북 충주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윤 당선인은 세종에서만 44.1%를 얻는 데 그쳐 이 후보(51.9%)에게 밀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두 후보와 충청권의 인연보다는 정권 교체나 심판에 대한 지역 유권자 열망이 표심의 향배를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조상 대대로 공주와 논산 등지에서 살아왔다는 점을 알리며 ‘충청 대망론’을 띄웠다.

대통령 직선제가 치러진 1987년 13대 대선부터 이번 20대 대선까지 충북 1위가 대권을 거머쥐었다. 13대와 14대(1992년) 대선에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와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충북에서 각각 46.89%와 38.26%로 득표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16대(2002년)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충북에서 50.41%, 17대(2007년)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충북에서 41.58%를 얻어 모두 대권을 거머쥐었다.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충북 득표율은 56.22%에 달했다. 충북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12.96%포인트 앞섰다. 이때 전국 득표율이 박 후보 51.55%, 문 후보 48.02%로 박빙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북 표심이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19대 땐 문 후보가 충북에서 38.6%의 득표율을 얻어 26.3%에 그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12.3%포인트 차로 눌렀다.

1987년 이후 당선인과 지역 표심이 일치한 곳은 충북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다. 인천과 경기, 제주는 19대까지 일곱 차례 1위를 맞혔지만 이번 20대 대선에서 필승 공식이 깨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