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강원 최전방 초소(GOP)에서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 장면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군은 이 사실을 3시간가량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1일 오후 10시40분께 (신원)미상 인원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월북자가 전날 오후 6시40분께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당시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다. 철책에 설치된 경보가 작동해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자체 판단해 철수했다.

월북자는 오후 9시20분께가 돼서야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감시장비를 통해 군에 파악됐다. 군은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MDL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이남의 GOP 철책을 넘어야 하는데, 철책을 넘은 이후엔 월북을 저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이번 월북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감시초소)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당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후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장비를 보강했다.

하지만 이번엔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데도 월북자를 놓쳐 경계 작전 자체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합참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전비태세검열실 요원들을 현장에 급파했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