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아 “삼성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똑같이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이 수요를 창출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지만, 특정 기업인에게 공약을 지지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 자체가 ‘기업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열린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는 게 어떻겠냐. 사실 제가 이 부회장에게도 그 얘기를 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하나의 대책으로 기업도 (기본소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 안에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단순히 자비심에서 하는 얘기일까 고민해야 한다”며 “디지털기업의 특성은 영업이익률이 엄청 높다는 건데 나중엔 시장이 고갈되고 수요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생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계에선 이 후보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인에게 특정 후보의 공약을 지지한다는 걸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설령 이 부회장이 기본소득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밝히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뻔히 알면서도 기본소득을 공론화해 달라는 건 기업에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일 탄소세와 관련해서도 “지금 기업이 고통스러우니 탄소세 도입을 미루자고 한다면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는 한꺼번에 망한다”며 즉각 도입을 주장했다.

고은이/박신영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