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한경DB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한경DB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강조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제3위원회를 통과했다. 올해 결의안에는 처음으로 6·25전쟁 당시 북한에 끌려간 국군 포로 송환 문제가 언급됐다. 하지만 한국은 끝내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불참했다.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컨센서스(전원 동의) 방식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유엔은 2005년 이후 17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올해도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했다. 한국은 남북한 및 미·북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던 2019년 “한반도 정세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12년만에 불참한데 이어 3년 연속 불참했다. 올해 결의안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주도하에 미국·일본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교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인권 관련 결의안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해 표결로 이끌지 않는 한 모든 국가는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한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달 말 슬로베니아가 제3위원회에 초안을 제출한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은 당초 35개국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등 25개국이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한국도 참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단 것을 뜻한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처음으로 “미송환된 북한 내 전쟁 포로들 및 그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앞서 2014년 기준 400여명의 국군 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전쟁 중 억류한 국군포로를 최북단의 탄광 등지로 보내 종신 강제 노역형을 부과했다고 기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문장도 포함됐다. 결의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 같은 독립적 사법기관 재판에 회부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문구는 2014년부터 8년 연속 포함돼왔다. 주민들의 식량 부족 등 인도적 위기에도 북한 정권이 핵 개발과 탄도 미사일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했다. 또한 북한이 국제 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에도 협조적으로 나설 것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앞서 코백스퍼실리티의 백신 지원을 거부해왔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 결의안은 인권과는 무관한 정치적 책략이자, 참을 수 없는 주권 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미국과 EU가 결탁해 북한의 사회주의 시스템을 전복하려 인권 문제를 남용하는 사악한 시도”라며 “북한에는 이른바 ‘인권 침해’가 결코 존재한 적이 없다”는 궤변을 내놨다.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한 북한 주민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결의안의 취지가 이행되도록 북한 주민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