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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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보다 한 달 일찍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까지 꾸린 더불어민주당에서 ‘선대위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계파를 뛰어넘는 ‘용광로 선대위’를 표방했지만, 사실상 현역 의원끼리 자리 나눠 먹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일부 의원은 차기 당권과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대위 직책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에는 이 후보 직속으로 각종 위원회와 특보단 등 16개 조직이 설치돼 있다. 여기에 송영길 대표 등 상임선대위원장 11명 산하 20개 시·도당 위원회, 10개 전국·상설위원회, 18개 선대위 산하 위원회가 꾸려졌다. 조정식 상임총괄본부장 산하에는 정책본부·홍보소통 등 16개 본부가 있다. 이와 함께 국민참여플랫폼, 온라인소통단 같은 별도 조직 6개가 추가로 있다.

이렇게 조직이 비대한 것은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 전원에게 한 자리씩 맡기기 위한 의도다. 경선 이후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고 ‘원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하지만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특보단, 온라인소통단, 홍보소통본부 등 업무가 겹치는 조직도 상당하다. 너목들위원회, 국민참여플랫폼 등 역할이 애매모호한 조직도 적지 않다. 정작 현안을 담당하는 실무진은 제대로 배치되지도 않았다.

선거 전문가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전날 여당 초선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선대위는 처음본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람은 많지만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원들 마음이 콩밭"…쇄신론 분출한 與선대위, 뭐가 문제?
매머드급 선대위의 부작용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의원을 향해서는 “마음이 콩밭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선대위 직책 중 하나를 맡은 A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선대위에서 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다.

B의원과 C의원 등은 대선 3개월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광역자치단체장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보다 대선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덜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보직을 맡은 의원들이 많다 보니 메시지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의원 개인의 실언이나 실수가 선대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이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전날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 씨를 비교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 대 토리(반려견) 엄마’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비(非)출산 부부에 대한 폄하 발언으로 읽히면서 논란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이 후보가 선대위 참여 의원들의 리스크까지 같이 지는 모양새”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대위에서 너목들위원장을 맡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선대위에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배치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지역과 현장으로 가서 시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며 직책을 반납했다. 이 후보는 이날 앞서 선대위의 역동성 부족을 지적한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