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는 옳은 쪽" 박정희 긍정평가…윤석열, 봉하서 '통합' 의지 밝힐 듯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면서 본선 승리의 열쇠가 될 중도 표심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모두 중도층 지지율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만큼 외연 확장에 한층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반대 진영에서 추앙받는 전직 대통령들을 치켜세우는 것도 두 후보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전략이다.

박정희 언급 李, 광주·노무현 찾는 尹…중원 쟁탈전 점화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1호 공약인 '성장의 회복'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5일 보수 진영의 본거지인 대구를 방문해서도 "나는 실용주의자다.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옳은 쪽으로 간다.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 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며 재차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전날 "박정희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심에 따를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전국 민생투어의 출발점을 부산·울산·경남으로 잡은 것도 동남권 중도·보수층을 일찌감치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관건은 청년세대, 중도층 경쟁이 될 것"이라며 "두 달 가까이 진행될 전국투어에서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언급 李, 광주·노무현 찾는 尹…중원 쟁탈전 점화
윤 후보는 10일 광주 5·18 묘역을 방문한 뒤 11일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잇달아 찾는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것과는 별개로 두 전직 민주당 대통령에 대해 예우를 갖추고 업적을 기림으로써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앞서 S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애창곡으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꼽고 "대구에서 부장검사로 있던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때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며 애틋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의 큰 역할을 했던 분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분"이라며 "이번 방문은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두 후보가 상대 진영의 전직 대통령들을 언급하는 것은 중도 성향에 가까운 상대 지지층을 빼앗아 오려는 측면도 있다"며 "이 후보는 '탈 윤석열' 유권자들을, 윤 후보는 '탈 이재명' 유권자들을 겨냥한 어젠다를 계속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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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