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5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종·충북 지역 경선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정세균 후보는 코로나19 자가격리로 경선 현장에 오지 않고 화상으로 연설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5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종·충북 지역 경선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정세균 후보는 코로나19 자가격리로 경선 현장에 오지 않고 화상으로 연설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서막인 충청권(대전·충남, 세종·충북)에서 예상 밖 대승을 거뒀다. 충청권은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양당에 대한 지지세가 옅어 역대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스윙보터’ 역할을 해온 곳이다. 정권 재창출을 최대 과제로 인식한 권리당원들이 ‘본선 경쟁력’을 내세운 이 지사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심과 당심 괴리 없었다

이재명, 충청에서 기선제압…'친문' 권리당원도 손 들어줬다
이 지사는 4~5일 충청 지역 경선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등을 합해 모두 2만1047표(54.7%)를 얻었다. 이 지사를 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는 1만841표(28.2%)로 2위에 머물렀다.

이 지사는 충청 지역 선거인단(7만6623명)의 97%인 권리당원(7만4370명) 투표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민주당에서는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당원을 권리당원이라고 부른다. 이 지사의 권리당원 득표율은 55.1%에 달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27.9%를 얻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로 드러난 ‘민심’을 볼 때 이 지사가 약간 우세할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당심’에서도 이 지사가 압도해 놀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민주당 권리당원은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해 친문과 거리를 둬온 이 지사에게 부정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경쟁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인 탓에 한동안 친문 강성당원들의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권리당원들이 이 지사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결국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이재명만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대세론이 먹혀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사는 야권 가상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이 전 대표보다 나은 성적을 내왔다. 이 지사는 5일 세종·충북 경선 연설에서 “전 지역, 전 연령대, 진보 중도 보수 모든 진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지닌 후보는 바로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는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조직투표 성향이 강한 대의원과 권리당원 위주인 지역순회 경선에서 선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으로 나왔다. 정치권 한 인사는 “‘명낙대전’으로 불리는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에서 이 전 대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 지사 측이 일찌감치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 측의 공세가 대부분 파괴력 없는 의혹 제기에 머물자 후보 검증을 대선 승리에 걸림돌로 여기는 당원들이 점점 늘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바람’ 호남에서도 불까

민주당 권리당원 사이에서 이 지사가 ‘대세론’을 형성한 것이 확인되면서 남은 경선 일정에서도 이 지사가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충청권에서의 승리가 2주 뒤 광주·전남(25일), 전북(26일) 등 호남 경선에서도 승자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밴드왜건 효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은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선거인단의 약 28%를 차지하는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특정 후보 진영에 속하지 않고 ‘중립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5일 “민주당 경선 룰에서는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권리당원도 1표를 행사한다”며 “조직이 힘을 쓸 수 없도록 짜여 있어 조직이 약하고 바람이 강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는 충청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는 전략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했다.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충청지역은 영·호남에 앞서 전국의 민심을 대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민심이 당심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과반 득표로 승리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충청에서 일격을 당한 이 전 대표 측은 본게임 격인 호남과 수도권 지역 순회경선에 기대를 걸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체 선거인단 중 충청권은 7만여 명에 불과한 만큼 이후 역전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4선 의원과 도지사 등을 지내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을 언급하며 “당시 이인제 후보가 대전·충남에서 과반을 획득했지만 이후 다른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