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지도부는 ‘8월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30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최종 수렴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미디어혁신 특별위원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7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당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 오는 30일 오후에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한 대변인은 “(처리 연기를 포함해) 다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언론중재법을 8월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원내대표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큰 진전은 없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세부 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위원회 소집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하려는 의원이 많아서 선정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서로 하겠다고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조차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여권 내 반대 목소리에는 점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전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만나 언론중재법 처리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며 말을 아꼈지만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노웅래 오기형 김병기 이용우 장철민 이소영 의원 등은 27일 송 대표에게 “8월 본회의 강행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당 차원의 여론조사 시행도 건의했다.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건의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 다른 언론개혁 법안과 패키지로 함께 본회의에 올려 처리해야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전날까지만 해도 “지켜보는 입장이니까 잘 모른다”며 강행 처리에 유보적 입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서 “여러 우려나 법률적인 지적은 충분히 감안해서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어야겠지만 그것이 언론중재법을 보류하거나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형주/임도원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