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성범죄를 경찰 및 검찰이 수사하고 1심부터 민간 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수사·기소·재판이 모두 군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는 군사법 체계가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법 개정이다.

법사위는 24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군내 성범죄 피해자가 군인인 사망사건, 군 입대 전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권을 민간에 이양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비(非)군사범죄 중 일부를 경찰이나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이 재판하는 것이다.

나머지 군내 범죄는 기존대로 군사법원이 1심을 맡는 대신 항소심은 민간 법원에 넘기기로 했다. 지금도 최종심은 대법원에서 진행한다. 이에 따라 고등군사법원은 폐지된다. 또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됐던 보통군사법원은 국방부 산하 5개 관할 법원으로 통합·재편된다.

육·해·공군참모총장 직속으로 각군 검찰단도 설치된다. 그동안 수사·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치던 일선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휘관에게 가해자 감경권을 보장하는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관을 맡는 ‘심판관 제도’는 폐지된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2014년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 이후 장기간 추진됐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방부는 지휘관의 통솔력 등을 이유로 재판권 이양은 물론이고 민간 수사기관이 군내 압수수색 등에 나서는 문제를 극도로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성추행 피해로 공군과 해군 여부사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개혁 압력이 거세졌다. 당초 군사법원법 개정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태도를 바꾸면서 지난 23일 여야 간 전격 합의를 이뤘다.

문혜정/전범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