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족 12명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위법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2건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이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여당뿐 아니라 정권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관련자에 대해 출당 조치까지 고려할 것”이라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국회의원 등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

권익위가 7일 발표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에서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과 그 가족은 총 12명, 16건으로 확인됐다. 김태응 권익위 부동산전수조사추진단장은 “이 중 국회의원 본인과 관련된 사안은 6건”이라고 설명했다.

16건 중 6건은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자가 채권자가 돼 과도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부동산 명의를 신탁한 의혹이었다. 국회의원이 본인 지역구 개발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 전에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안도 3건이나 됐다. 이외에 농지를 자경하지 않거나 방치한 경우 등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혹(6건), 건축법 위반 의혹(1건) 등도 있었다. 이 중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은 2건이다.

권익위는 지난 4월 부동산 거래 특별조사단을 공식 출범하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해 조사했다. 김 단장은 “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3기 신도시 및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래·보유 현황을 집중 조사했다”며 “법령상 원칙대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해당 내용을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번 발표에서 의원 이름과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에서 본인 또는 가족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은 김경만·김주영·서영석·양이원영·양향자·윤재갑·임종성·김한정·이규민 의원 등 9명이다. 당 안팎에선 권익위 발표 명단에 이들 의원이 포함됐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출당 조치까지 고려”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해진 모습이다. 이날 발표 후 생각보다 많은 의원이 의혹에 연루된 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LH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내로남불’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꺼낸 전수조사 카드가 자칫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이제 접했으니 당 지도부와 상의한 뒤 (조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상자가 누구인지, 그 혐의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출당 조치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압박에도 나섰다. 야당이 떳떳하다면 권익위에든 감사원에든 지금이라도 스스로 전수조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면 (국민의힘도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한 만큼 국민의힘도 뒤를 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고은이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