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前 검찰총장 '별의 순간' 잡나 '신기루' 그치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두 달이 돼간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는 내년 대선을 이끌 새 지도부를 꾸리느라 분주하다. 이런 정가 분위기와 달리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총장 시절 유일한 취미인 주변 산책도 삼가고 있다. 지인들을 통해 간간이 행보가 알려지긴 하지만 어떤 메시지도 직접 내놓지 않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대선 후보 명단에 윤 전 총장의 이름은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면서 ‘공정의 수호신’처럼 떠올랐다. 대선을 10개월여 앞둔 현시점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인 윤석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지난 20년간 치러진 네 차례 대선에서 예외 없이 제3지대 후보가 등장했지만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002년)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012년)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났다. 고건 전 국무총리(2007년)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017년)은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출마를 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정치, 행정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사례가 없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전 총장은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기존 거대 정당에 속하지 않고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인들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화술은 정치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네 차례 대선에서 대선 6~7개월 전 지지율 1위 후보는 모두 대통령이 됐다”며 “정계 진출 후 혹독한 검증이 1차 관문”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