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백신 지원 요청했다가 '퇴짜'
안전성 검증 안된 러시아 백신 도입도 검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도입에 자신감을 보이며 여유를 부렸던 정부가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아프리카 르완다 등 제3세계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2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백신 확보 호소인"이라고 비판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 11월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도입 지연과 관련 "두 회사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빨리 계약하자고 재촉하는 상황"이라며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김어준씨의 '딴지일보'에선 화이자·모더나가 우리 정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하는 만평이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1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지난해 미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전해준 사실을 거론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양국 연대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백신 수급의 어려움을 미국이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며 한국 측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족이 현실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장 스푸트니크V를 도입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종사례와 부작용 등을 점검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러시아 백신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 백신의 경우 임상 결과가 일방적으로 발표된 데다 러시아 내 접종자들의 부작용 여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초 백신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백신 도입을 늦췄다고 주장한 정부가 러시아 백신을 도입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확보'란 '확실히 보증하거나 가지고 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라며 "언제까지 '11월 집단면역', '백신 접종 수급 계획'을 믿어달라고만 할 것인가. 문 정권은 '백신 확보 호소인'인가. 국민들의 인내심은 바닥났다"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직접 최고경영자와 통화를 통해 공급받기로 했다던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은 당초 예정된 2분기가 아닌 하반기에나 들어올 것이라 한다. 2분기부터 들어오도록 계약했다던 얀센 백신 역시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며 "해외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러시아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는 와중에, 정작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들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러시아 백신을 도입하려는 듯하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와 정부는 이제라도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