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프라보워 장관, 최대한 지원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와 분담금 협상 곧 착수…현지 생산시설 문제가 최종 걸림돌
[김귀근의 병영톡톡] 'KF-21 보라매' 인니 손잡고 훨훨 날까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할 때 KF-21/IF-X(인도네시아 측 명명) 공동개발사업에 장관으로서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형 전투기(KF-21 보라매) 사업과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계속해서 공동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지난 9일 개최된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 전날 한국과 인도네시아 국방장관회담이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이 프라보워 장관을 접견한 것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측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인도네시아 태도 확 달라져…분담금 실무협상 재촉
국방부는 당시 양국 장관회담 후 "KF-X/IF-X 공동개발사업 등 방산 분야 협력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측이 공동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인도네시아는 KF-21 전체 사업비(8조8천억 원)의 20%인 1조7천338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조7천338억 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지난 2월까지 내야 하는 8천316억 원 가운데 2천272억 원만 납부하고 현재 6천여억 원을 연체한 상태다.

이번 프라보워 장관 방한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연체금 문제 해결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양국 장관회담에서는 돈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방사청 측은 "작년 9월까지 다섯 차례 협상을 통해 (분담금 미납 문제에) 의견 접근을 본 상태"라며 "프라보워 장관이 왔을 때 실무자급 협상을 빨리 진행하자고 했다"며 "바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KF-21 보라매' 인니 손잡고 훨훨 날까
프라보워 장관을 수행한 인도네시아 측 고위 관리도 방사청의 한국형 전투기사업단 측에 실무협상을 빨리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분담금 비율 및 납부 기간 유예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8년 9월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에게 KF-X 분담금 중 인도네시아 부담률 5% 축소 등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국은 이듬해 11월 조코위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재협상을 타결하도록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비율(20%)은 지키되 일부 현물로 납부하는 쪽으로 견해차를 좁혔다.

하지만, 군 장성 출신이자 조코위 대통령의 대선 맞수인 프라보워가 2019년 10월 말 국방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된 뒤 "국방예산과 무기체계를 전면 검토하겠다"며 재협상을 보류한 바 있다.

재협상을 보류시킨 프라보워 장관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실무협상을 서두를 것을 요구함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지급 시기도 2028년에서 2031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 비율과 납부 기간 조정을 희망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율 10%와 지급 시기 2031년 등의 숫자는 틀리다"고 말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KF-21 보라매' 인니 손잡고 훨훨 날까
이와 함께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8일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식량기지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배석한 서욱 장관 등에게 당부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측이 KF-21 사업과 연계해 한국에 5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제공을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측에서 얼마를 요구한 것은 없었다"며 "식량기지 지원은 차관 형식이 될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

앞으로 경제 분야 쪽에서 협의해야 할 사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량기지 지원문제와 KF-21 사업은 연계하지도 않고 연계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 "인니, IF-X 자국서 조립생산 계획"…일각선 현지 생산시설 걸림돌 전망
정부 안팎에서는 밀린 분담금과 식량기지 사업 지원 문제가 해결될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 전투기(IF-X) 생산시설이 남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는 애초 공동사업에 참여할 때 현지 생산시설 문제는 자국이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6년부터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해 48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생산시설은 엔진과 레이더, 무장 조립 라인을 갖추고 한국과 외국 기술자들이 머물 숙소 등 건립에 수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항공산업 선두 주자의 하나로 CN-235 수송기를 제작하는 등 항공 기술이 우수하다.

한국 공군의 CN-235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KF-21 보라매' 인니 손잡고 훨훨 날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수송기 생산 라인에서 전투기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48대의 IF-X를 생산하고자 수천억 원을 투입해 생산시설을 건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지 생산시설 문제가 최종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방사청 측은 "원래 계획이 인도네시아는 자국서 조립 생산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현재 없다"며 "인도네시아 측은 현재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2026년 이후에나 생산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적으로 투자할 여유는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