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처리한 2021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약 4000억원 규모의 공항계정 예산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편법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공항계정에 총 39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기존 계정에서 2786억6800만원을 증액하고, 도로계정 예산 1113억3200만원을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상임위도 패싱한 신공항 예산…"최악 졸속심사"
공항계정은 공항 신설과 개·보수 등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교통시설의 원활한 확충과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해 마련된 교통시설특별회계 내에 있다. 공항계정 예산은 지난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 원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울릉도공항 등 신공항 건설을 위해 해당 예산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증액을 요구했고, 해당 예산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의 심사도 거치지 않고 ‘깜깜이’로 처리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국토부는 추경 심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련 상임위가 심사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예결소위에서 심사하라고 한다”며 “중요한 예산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원칙이 다 무너진다”고 반발했다.

앞서 올해 본예산에는 울릉도공항과 김해신공항, 제주 2공항 건설 등 전국 5개 공항 건설에 투입되는 1744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이 중 김해신공항 건설 예산은 관련 사업이 백지화됐음에도 283억원이 편성돼 논란이 일었다. 김해신공항 건설 예산을 전용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사용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추경으로 보전까지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며 “최악의 졸속심사”라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수입이 급감했다”며 “이에 올해 39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하자 이를 보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 추경안에도 없던 결손 보전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끼워 넣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