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황을 실시간 포착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이 도발 수위를 조절한 저(低)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군, 北 미사일 발사 3일 후 공개

北, 바이든정부 출범후 첫 미사일 도발…韓·美, 지켜보고도 침묵
군 관계자는 24일 “북한이 지난 21일 오전 평남 온천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으며 단거리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 발사 과정을) 실시간 포착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다”며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현지 언론을 통해 “북한의 모든 군사 활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우리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당국이 관련 사실을 공개한 이날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이 지난 후다. 그것도 이날 새벽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가 나온 후 사실 여부 확인 차원에서 군의 설명이 뒤따랐다. 군 관계자는 “군은 정보탐지 자산 노출 가능성 등으로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4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관련 사실을 당일 곧바로 공개한 바 있다.

한·미 군사당국이 상호 조율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보당국이 한 보고에 따르면 한·미는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한 것”이라고 썼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 같은 한·미 간 합의에 대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도적인 무시 전략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북한 정권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북한을 직접 비판했다.

北, 제재 안 받는 순항미사일 도발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번 무력시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대신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로 운항해 유엔 안보리 결의 금지 사항에서 제외돼 있다.

북한이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18~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이뤄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양국의 고위급 대화였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결렬됐다. 그에 앞서 15~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일 방문에서도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이 북한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미 2+2회담과 미·중 알래스카 회담까지 지켜본 결과 이 정도면 미사일을 발사해도 중국이 뒷배를 봐주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