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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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별도 규제를 만들기로 했다. 해당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상장을 결정한 쿠팡이 한국의 규제를 사업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은 가운데 당정이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경제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정위와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를 갖고 공정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 입법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온라인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한 별도 규제다. 공정위는 20~30개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지금까지 경영 기밀로 분류해 온 상품 노출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계약서에 필수 기재해야 한다. 입점업체와 중개 거래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해지 예정일 30일 전까지 입점업체에 해지 이유를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당정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이 백화점·대형마트 등과 비슷한 유통업을 하는데도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매출액 1000억원 또는 매장면적 3000㎡ 이상인 유통업체에 해당된다.

하지만 쿠팡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업력이 짧은 기업이 비교적 큰 업체로 성장하자마자 규제를 만드는 것은 혁신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뿐 아니라 마켓컬리, B마트 등 온라인 ‘배달’ 플랫폼 규제법도 별도로 계획 중에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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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공식화한 쿠팡은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북한 이슈 등과 함께 한국의 규제를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쿠팡은 “일부 업무는 구체적이고 복잡한 공정거래, 노동, 고용 관련 규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는 계속 진화하고 앞으로도 기업 운영과 재정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규제로 비용이나 벌금 부담이 있을 수 있고,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아닌 규제 소관부처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정부 내에서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두고 서로 ‘칼자루’를 쥐겠다며 신경전을 벌이자 여당이 중재하고 나선 것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관련 법률을 과방위 소관 업무로 (잘못) 이해하는 보도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국무회의와 규제개혁위 회의를 거쳐 만든 법이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인데, 제대로 홍보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아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