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란 국제 국방학술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란 국제 국방학술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한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넘어 직접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합동군사대학교와 한국군사학회 공동 주관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북한 비핵화 문제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대화를 중재하는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 자체적인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반 전 총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깜짝 쇼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종전선언 자체나 평화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좀 더 차근차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조급함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내가 장관일 때, 대통령일 때 꼭 해야겠다’는 식의 정치적 조급함을 탈피해야 한다”고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대북(對北)제재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이 핵, 미사일 일부를 폐기하거나 확실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일부 완화 등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고 함께 공유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이 빛이 샐 틈이 없을 만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축사에서 “찰떡같은 한미동맹은 잠재적 적대세력에 대한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억제력”이라며 “지속적인 연합방위 태세 유지를 위해 고도로 훈련되고, 최적의 장비를 갖춰야 하며 훌륭한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족과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자신의 아버지와 둘째 형은 물론, 장인과 처남도 한국에서 근무했었다고 소개한 뒤 “에이브럼스 가족이 한·미동맹에 올인한 셈으로 유일무이한 한미동맹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데에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