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Money 읽기] 내가 이 주식을 사는 이유를 생각하라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미국 대선 전으로 가보자.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겹쳐 ‘신중 모드’의 투자자가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미 대선에 대해선 ‘시장이 가장 안도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낭보를 전하면서 투자자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얼마 전까지 불안하다고들 하더니 180도 딴판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연일 고점을 새로 찍고 있다.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이유는 없다. 주가가 떨어지면 두 배 수익을 보는 ‘곱버스(곱하기+인버스)’ 투자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 시점은 냉정이 필요한 국면이다. 불확실성이 걷혀 상승에 베팅하고픈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차분해져야 할 때란 지적이 적지 않다.

[장경영의 Money 읽기] 내가 이 주식을 사는 이유를 생각하라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 고점 돌파는 코로나 이후를 너무 앞당겨서 반영한 것”이라며 “백신이 나오더라도 우리의 일상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피해주(일명 콘택트주)가 시장 주도주가 될 거란 전망까지 등장했다. 항공, 카지노, 면세점, 여행 등이 ‘화이자 효과’로 백신 랠리를 이끌 거란 얘기다.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것이니 이런 주장이 틀리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전망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의 갭이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증시 숨고르기의 핑계를 제공하고 있다. 한동안 변동성이 큰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방증이다. 물론 변동성을 잘 이용한다면 짭짤한 수익이 가능하다. 그러나 잘못하면 물리기 십상이다.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상황에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한 바이오 종목 게시판에서 만난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 초보자)’를 위한 글이 이 점을 잘 짚고 있어서 소개한다.

“제가 고수는 아니지만, 주린이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주식 초보자분들을 위해 몇 자 적습니다. …중략… 이 종목에 투자하신 분들 중 1만 주 이상 들고 계신 분들이 상당한데, 이 분들이 왜 변동성이 가장 심한 바이오 종목에 큰 돈을 묻어두고 있을까요. 이 종목이 좋은 미래를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 종목이 해외 학회에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서 자신들의 예상대로 가고 있는지 살핍니다. 이 데이터가 이 종목의 내재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거죠. 만약 이 데이터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그때는 바로 매도해야 합니다. 그런 이상 신호가 없는데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는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자신이 이 종목에 투자한 이유를 생각하면서 버텨야 합니다. 이런 투자 방법은 학회 발표를 그저 단타용으로만 접근하는 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타로 ‘주가 맞히기 놀이’만 하면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바이든 승리와 화이자 뉴스로 미 국채 10년물 등의 금리가 들썩들썩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금리에 기반한 증시 상승 흐름이 지속될 거란 전망엔 아직 이상 신호가 없다. 다만 얼마 전까지 ‘신중 모드’였다가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속도 제한 없는 아우토반을 내달리듯 ‘사자’로 몰리는 쏠림은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지치면 한 박자 쉬고/힘들면 두 박자 쉬고/한 잔 채우고 세 박자 마저 쉬고~’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오늘 내가 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한 박자 쉬는 여유가 필요한 때 같다. 그렇게 그 주식의 본질에 주목해야 ‘주가 맞히기 놀이’보다 더 큰 수익이 가능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