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망했다" 삼성이 장악…SK하이닉스 '한탄' 터진 그날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HBM 열전 <1> 하이닉스의 도전과 실패
"평생 소원인 삼성 한 번 이겨보자"
2등 기업의 처절한 도전
AMD 요청으로 2009년 개발 시작
대량 데이터 처리하는 새로운 D램
"언더독의 반란 만들어보자"
2015년 출시했지만 흥행 실패
엔비디아 HBM2는 삼성이 공급
"망했다" 한탄 속 반전 시도
"평생 소원인 삼성 한 번 이겨보자"
2등 기업의 처절한 도전
AMD 요청으로 2009년 개발 시작
대량 데이터 처리하는 새로운 D램
"언더독의 반란 만들어보자"
2015년 출시했지만 흥행 실패
엔비디아 HBM2는 삼성이 공급
"망했다" 한탄 속 반전 시도
2008년 미국 AMD 고위급 엔지니어가 박성욱 당시 하이닉스반도체 연구소장을 찾아왔다. 신개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할 테니 하이닉스가 연구 중인 TSV(칩 간 수천~수만개 구멍을 뚫고 전극을 연결하는 '수직관통전극' 기술)로 D램을 개발해달라고 했다.
2009는 닻 올린 HBM 개발
AMD의 주문은 명료했다. 'GPU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데이터를 대량으로, 적시에 보내줄 수 있는 D램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두 회사는 의기투합했다. 근저엔 "메모리 2위 하이닉스와 그래픽처리장치(GPU) 2위 AMD가 손잡고 1등 해보자"는 열망이 있었다.
HBM1은 GPU와 D램의 I/O(연결 통로)를 1024개로 늘린다. D램은 4개를 적층하고 TSV로 수천 개의 구멍을 뚫어 연결했다. 현재 HBM은 범용 서버 D램 대비 속도는 느리지만, 한 번에 10배 이상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게 됐다.
2015년 6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HBM1이 장착된 최초의 GPU '라데온 R9 퓨리'를 공개한다. 당시 GPU는 주로 게임용으로 활용됐다. 당시 SK하이닉스도 HBM을 GPU용 D램으로 소개했다.
HBM1, "모닝에 제네시스 엔진 단 격"
라데온 R9 퓨리의 데이터 처리 능력은 경쟁 제품 대비 4배 뛰어났지만,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해상도 게임을 구현하지 못했다. GPU 소비자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고성능 게임을 구현할 수 있는 엔비디아 제품을 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로는 넓게 뚫어놨는데, 주차장 크기가 작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모닝에 제네시스 엔진을 단 격"이라고 설명했다.그래도 HBM1에 대한 고객사의 관심은 컸고, 문의는 이어졌다. 김주선 AI 인프라 사장(당시 SK하이닉스 영업기획팀장)은 "회사에 재고가 쌓인 걸 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밖에서 고성능 메모리를 원하는 고객을 만나면 영업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슈퍼 모멘텀)
2016년 8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공급한 'DGX-1'(사진)엔 엔비디아 GPU 1개당 HBM2 4개가 적용됐다. GPU 8개로 만드는 DGX-1에는 HBM2 32개가 장착됐다. HBM2 시장은 삼성전자가 장악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망했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하이닉스 "HBM2 완전히 망했다"...삼성이 장악
"돈이 안 된다"는 내부 비판 속에 가성비 제품을 만들어보려는 SK하이닉스 개발팀의 승부수가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다. 원가를 낮추면서 HBM에서 지적받은 용량을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는 HBM2용으로 '2z D램'을 선택하는 모험을 했다. HBM에 들어갔던 2x D램 대비 '2세대' 앞선 제품이다.그러다 보니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 복잡한 기능을 몰아넣었고, 고객사 사정으로 기존 설계가 막판에 바뀌는 악재가 겹쳤다. SK하이닉스 HBM2의 동작 속도는 목표의 4분의 1로 떨어졌다.(당시 동작속도 초당 0.5Gb, 올해 하반기 주력이 될 삼성전자 HBM4의 최대 동작 속도는 13Gb)
≫ HBM 열전 2회에서 계속
설 연휴에 HBM 열전을 한경닷컴의 반도체 전문 플랫폼 '반도체 인사이트'에 연재합니다. HBM1부터 최근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HBM4까지 산업의 스토리를 다룹니다. 한경 기사와 취재 내용에 컨설팅그룹 플랫폼9와3/4이 최근 발간한 책 <슈퍼 모멘텀>을 참조했습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