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9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상임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연기했다.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원(院) 구성 강행에 반발하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거부)을 이어 가자 본회의를 미뤄 여야 간 협상 여지를 열어 두기로 했다.

박 의장은 이날 “야당의 원내 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을 통해 밝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지난 16일 6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지방의 한 사찰에 칩거 중이다.

박 의장은 “지금은 국가 비상 시국으로 경제와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원 구성에) 합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안보·경제·코로나19 방역 등 3중 위기 속에 걱정이 큰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여야의 합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과 국익이다. 국민과 괴리된 국회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다음 본회의 개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한 수석은 “박 의장은 여야 모두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상임위원장(예결위원장 포함)을 의석수 비율대로 여당 11개, 야당 7개로 배분하고, 법제사법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맡아야 한다는 기존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 게 목표인 민주당도 이날 통합당에 원 구성 협상에 조속히 복귀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의 국정 보이콧 때문에 국가 비상 상황 대응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 원내대표를 찾아 뵙거나 연락해 (협상이 재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주 초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다시 타진할 계획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다음주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당이 기존 가(假)합의안을 깨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아노미(혼돈) 상황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는 대신 예결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등 ‘알짜’ 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넘기는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통합당은 당 의원총회에서 이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럴 바엔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다 가져가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통합당도 이날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소속 초선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말이 지나면 서울로 올라올 것이고, 원 구성 협상에 어떻게 나설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래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 원 구성 협상도 어렵게 풀 문제는 아니다”며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