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집권 여당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꿰찬 건 17대 국회 이후 이번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이다. 미래통합당은 “헌정사에 오명을 남길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도 강행할 것을 시사해 21대 국회 초반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임위원장 밀어붙인 與

슈퍼 여당의 院구성 폭주…21대 국회 초반부터 '파행'
국회는 15일 본회의에서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중 6개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했다. 이날 상임위원장 표결은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일당 독재’ ‘이제 국회는 없다’ 등의 푯말을 들고 강력 항의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박 의장은 표결에 앞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시급히 관련 상임위를 열어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176석인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에 부치면 야당의 협조 없이도 통과(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후 다수 득표)시킬 수 있다.

통합당의 강력 반발 속에 법사위원장 윤호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학영, 기획재정위원장 윤후덕, 국방위원장 민홍철, 보건복지위원장 한정애,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통합당과의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11 대 7로 위원장 자리를 나눌 경우 민주당 몫으로 언급된 곳들이다. 통합당 몫으로 논의된 적이 있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정무위원장 등은 제외됐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차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한국판 뉴딜과 외교안보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관련 상임위원장부터 본회의에 올리게 됐다”며 “법사위원장 역시 ‘일하는 국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선출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명단을 쪼개서 본회의에 올리는 ‘살라미 전술’로 통합당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상임위원장이 결정된 6개 상임위의 통합당 소속 위원은 통합당이 해당 명단을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박 의장이 직권으로 배정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상대 당의 상임위원들을 일방적으로 강제 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은 우리 국회가 없어진 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1야당과의 합의 없이 여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뽑은 것 역시 위원장 선출 시기를 못박은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상임위원장 선출 후 “남은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19일에 열겠다”며 “앞으로 나흘 동안 여야가 합의를 위해 진심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강력 반발

통합당이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국회는 파행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과 함께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통합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통합당 의총에서도 “차라리 18개 상임위를 다 (민주당에) 주자”는 등 강경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 의석수가 워낙 많아 상임위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며 “정무위나 국토위를 가지고 온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했을 때 국민이 통합당을 어떻게 바라볼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이 추가 협상을 거부하고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 관계자는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