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각 당과 여야 후보자들이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놓고 이를 뒤집는 촌극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책 공약에 대해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진 것을 이용해 ‘일단 던지고 보자’식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에게 발송된 매니페스토본부의 공약·입법 계획 설문에 응답한 비율은 59.7%에 불과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역구 출마자 가운데 당선 유력 후보 750명에게 질문지를 보냈지만 448명만 답변했다.

표심(票心)만 노린 무리한 공약도 코로나19로 어수선한 틈을 타 선거 직전까지 걸러지지 않았다. 서울 강서을에 출마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포공항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국제노선 증설을 위한 해법에 대해선 “국토교통부만 설득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진 후보 측은 고도 제한 지역으로 묶인 지역구 숙원에 대해 “국토부의 결정만으로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보탰다. 코로나19로 쪼그라든 항공산업과 그 여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남에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번복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선거운동 초반 이틀 새 총선 공약을 잇달아 수정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