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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낮고 자금력 달리는
새 인물에 불리한 게임 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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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려는 강명구 예비후보(42)는 지난달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후원 계좌를 텄다. 정치자금법상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1억5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후원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는 데다 도전 상대인 현역 의원이 누리는 혜택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강 예비후보는 “현역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며 “인지도가 낮고 자금력이 달리는 정치 신인에게는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의 룰”이라고 토로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치 신인에게는 ‘금(金)의 장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사회생활 등을 통해 자산을 쌓아놓지 않으면 정치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까지 등록한 전체 예비후보 2188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1808명으로 82.6%에 달했다. 40대는 282명(12.9%), 30대는 81명(3.7%)이었고 20대는 17명(0.8%)에 불과했다.

정치권은 젊은 정치인의 출마가 부진한 주요 요인으로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비용 제도를 꼽고 있다. 신인들은 현역의 절반 수준인 후원금 상한액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김한규 경기 부천소사 예비후보(46)는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을 후원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극히 어렵다”며 “20~30대뿐만 아니라 40대 신인들도 선뜻 정치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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錢 있어야 戰爭 치르는데…정치 초년생엔 불리한 선거
"선거 운동 위해 아파트도 팔았다"…국회의 길, 정치 신인에겐 험로


3억 vs 1.5억…정치 신인엔 기울어진 '총선 운동장'

14일 서울 당산로 지하철 영등포구청역 인근. 강명구 서울 영등포갑 예비후보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옆 건물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이 있다. 강 예비후보는 “연중 달려 있는 김 의원의 현수막에 맞서 예비후보로 등록하자마자 500만원을 들여 현수막 제작부터 했다”며 “선거사무소 월세부터 명함 제작까지 선거에 드는 비용이 예상보다 커서 부담”이라고 말했다.

명함 제작에만 500만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강 예비후보는 1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선거비용에 모두 투입했다. 퇴직 전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도 더했다. 이 돈으로 지난해 10월 영등포구청역 인근 건물 3층에 선거사무소용으로 쓸 사무실을 얻었다. 선거 때까지 7개월 사용비 1050만원을 한 번에 지급했다. 지난달 15일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00만원을 기탁금으로 냈다. 얼굴 사진과 이름, 이력은 물론 시각장애인 점자까지 새긴 명함도 3만 장 찍었다. 강 예비후보는 매일 1000~3000장을 돌리는데 명함 제작 비용만 500만원을 책정했다. ‘예비후보 2번 강명구’라고 쓰인 빨간 점퍼와 어깨띠 등을 제작하는 데는 200만원을 썼다.

경선 통과 후 오는 4월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후보 기탁금 15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선거 공보물 제작에는 3000만원이 들어간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돌리는 문자메시지 비용은 1000만원, 인터넷 광고 제작비 역시 1000만원, 유세 방송차량 임차료 2800만원 등 비용이 들어갈 곳이 끝이 없다. 선거운동원 인건비는 한 사람에 하루 7만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14일 동안 10명을 쓰면 총 980만원이 필요하다. 세 딸의 아버지인 강 예비후보는 “당장 생계와 병행할 수 없어 저축으로 모은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며 “아내의 전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금 깨는 건 예사”

3억 vs 1.5억…정치 신인엔 기울어진 '총선 운동장'

정치 신인들은 대부분 자비로 선거자금을 조달한다. 권성주 부산 수영구 예비후보는 “항공사, 컨설팅 회사 등 직장을 다니며 모아둔 돈을 선거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지역구에 도전하는 A 예비후보는 “저축한 돈으로 모자라 최근 아파트를 팔았다”며 “집을 팔면서까지 정치를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까봐 쉬쉬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너스통장을 ‘뚫은’ 후보도 있다. 장철민 대전 동구 예비후보는 “모아둔 돈을 소진해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보좌관으로 일하며 쌓은 인맥 덕분에 선거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편”이라며 “신인들은 주로 선거 기획사와 계약하는데 그럴 경우 선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치 신인이 걷을 수 있는 정치후원금은 현역 의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역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기존 후원금 한도 1억5000만원에 더해 총 3억원까지 모을 수 있다. 반면 정치 신인은 후원금 모금 한도가 1억5000만원이다.

이마저 정치 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가까운 지인이 아닌 이상 무명의 정치 초년병에게 선뜻 후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치후원금을 연중 걷을 수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정치 신인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에야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나마 선거일 전 최장 120일 동안에만 모금이 가능하다. 김한규 부천소사 예비후보는 “신인에 대해서는 ‘본선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무슨 후원이냐’는 유권자들의 인식이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선거비용을 다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역 의원은 보좌진 도움 받는데…”

정치 신인에게 제일 부담이 되는 비용은 인건비다. 민병덕 안양 동안갑 예비후보는 “현역 의원은 보좌진이 9명에다 모두 세비로 월급이 나온다”며 “신인들은 유급 참모를 두기가 어렵고 운전기사 쓸 돈도 없어 혼자 운전하고 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선거 자금뿐만 아니라 가용 인력에서도 정치 신인과 현역 의원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다. 실제 현역 의원들은 선거를 앞두고 선거 지원 보좌진을 따로 뽑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5급 비서관을 모집하면서 담당 업무에 ‘선거 지원’을 명시했다. 5급 비서관 연봉은 7300만원 정도로, 세금으로 지원된다.

최은상 서초을 예비후보는 “발로 뛰고 몸으로 때우면서 상황을 돌파하려고 해도 힘들고 한계가 많다”며 “예비후보 선거운동 과정에서 쓰는 인건비만이라도 지원이 이뤄지면 훨씬 편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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