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절하는 安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대기 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큰절하는 安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대기 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큰절을 하는 것으로 지지자에 대한 신고식을 대신했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6월 서울시장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1년4개월 만에 정치복귀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는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활동의 키워드로 실용과 중도를 꺼냈다. 4·15 총선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대신 자신이 이끌 중도 실용정당을 발판으로 21대 국회에 최대한 많은 후보를 진출시키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안 전 대표가 주도할 중도 정당에 중도층의 ‘표심’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정계 개편을 비롯한 총선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총선 안 나간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리기 위해서 정치 현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며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과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총선에 중도 성향의 독자 노선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나아갈 3대 지향점으로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 등을 제시했다. 그는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폭주하는 국정운영을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규칙을 없애고 시장경제를 옥죄는 규제를 혁파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보수야권이 진행 중인 보수대통합 논의에는 “관심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본인의 목적도 “21대 국회를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통합으로 단일화된 야권이 아니라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3당 깃발’을 들고 총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총선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다음 국회에서 일할 사람을 많이 진입시키는 일을 돕겠다”고 말했다. 지역구 후보로 나서는 대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렛대로 호남 지역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큰 성과를 거뒀던 2016년 총선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는 “무엇보다 큰 기대와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바른미래당이 현 상황에 처한 것 역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중도 정당 어떻게 만들까

실용 중도 정당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당 안팎의 분들을 만나 뵙고 의논드려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국민의당을 지지해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가는 게 제 도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선 ‘창업주’이기도 한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유승민계 의원들과의 내분으로 상처가 난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다만 당권을 잡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의 담판이 결렬될 경우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 대표의 ‘2선 후퇴’ 여부가 변수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오면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당 창당을 할 경우 안철수계 인사 중 현역 의원이 소수인 데다 대부분 비례대표라는 점이 현실적 한계다.

이날 공항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태규·이동섭 의원이 나와 안 전 의원의 귀국을 환영했다. 당권파에서는 임재훈·최도자 의원이 마중을 나왔다.

‘제3지대 돌풍’ 다시 불까

안 전 의원은 20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다. 안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은 2018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2012년 대선 때 호남 지역은 ‘안풍’의 진원지였고, 안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하며 정치적 기로에 섰던 20대 총선에서도 호남 지역은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선물했다.

안 전 대표가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을 대표하는 세력도 따로 있고, 중도 보수 세력이 과연 (안 전 의원을 중심으로) 모일지 의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안 전 대표 복귀가 불러올 수 있는 ‘제3지대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실패한 정치인 안철수의 귀국에 관심을 쏟는 상황이 뜨악하다”며 “금의환향이 아니라 ‘돌아온 탕자’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