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별관광' 카드 꺼낸 정부…이도훈 "美 이해 구할 것"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실무 협상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 카드를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독자적인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 추진에 나선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사진)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해 “(북한) 개별관광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한번 얘기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개별관광이 유엔의 대북제재 금지 항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러 가지 (한·미) 공조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 16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 대화의 모멘텀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가 같이 해야 할 과제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대화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미국에 대해선 “(한·미가) 협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의 틀을 존중하는 내에서 우리가 여지를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의 북한 개별관광 관련 발언은 지난 14일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과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면서 “남북 간에는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이 중에는 제재에 걸리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북·미 대화에 앞서 남북 협력이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우리 정부의 남북 경협 구상에 대해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전념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미국이 전념 중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는 한국도 지지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