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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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측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23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대북 제재를 근거로 관광사업을 재개하지 않는 한국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시찰하며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라는 등이라고 비판했다.

NHK는 "북한과 한국은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관광 사업을 추진했으나, 미국이 북한의 외화 획득으로 이어져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한국 정부도 한국인 관광객 방문을 중단해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 정부를 의식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NHK는 김 위원장이 '남쪽 동포가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며 "한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일 생각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을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만 하더라도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하노이회담이 무산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버지의 업적을 부정하는 이례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민영방송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경제제재가 길어지는 가운데, 한국을 초조하게 만들면서 독자적인 경제 발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북미 실무협상 결렬을 두고 김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5일 편집위원 칼럼을 통해 "북미 대화의 무대가 결렬되며 최고지도자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공을 세우는 데 초조해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