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는 만장일치제…日 포함돼 있는 이사회서 뭘 할 수 있겠나"
“세계무역기구(WTO)는 안건을 처리할 때 만장일치제로 운영합니다. 일본이 WTO 회원국인데 이사회에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WTO 제소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재료 수출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이 사안을 WTO 일반이사회에 상정했다. 164개국으로 구성된 WTO 이사회는 오는 23일 이를 공식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최 교수는 “(이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WTO 내에서 가장 입김이 센 미국이 이 사안에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며 “각 회원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WTO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불법이라고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WTO에선 국가 안보를 위협할 만한 물자로 판단되는 품목의 수출입 제한에 대해선 회원국의 개별 재량권을 인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자국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 주장한다면 WTO 차원에서 이를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관련 소재를 아예 수출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건 수출 규제 간소화 혜택을 받지 않는 일반 수출국이 됐다는 의미여서 제3국은 이 문제에 관심을 안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WTO 각 회원국이 입을 피해에 대해 정밀하게 설득할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문제를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 교수는 “국제법이 국제사회에서 작동하는 법 체계란 점을 한국 정부가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일 과거사 문제를 논할 때의 논리와 WTO에서 통상 문제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논리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WTO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소한다 해도 국제사회 차원에서 일본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를 국제 중재로 해결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