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일본 오사카에서 27~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러시아에 이어 미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일본과는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회담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일본 측은 우리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징용 관련 양국 기업의 출연을 통한 위자료 지급 등을 제시한 이후에도 정상회담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제안한 것이 없다”며 “‘우리는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그쪽(일본)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현장에서 일본이 만나자고 요청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징용 문제를 내부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아베 정부가 내달 21일 예정인 참의원 선거 이후에나 한·일 정상회담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권에서는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 태도에 대한 불쾌한 속내도 감지된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징용과 관련해 양국 기업인들의 출연 등 우리 측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일본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데, 왜 이리 속 좁은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자국 정치에 징용 판결을 활용하는 아베 정부의 속성과 관련한 문제라서 경색 관계가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