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4법’을 심사하는 국회 사법·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6월 30일) 연장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위 활동 기한과 관련해 표면적으론 더불어민주당은 ‘연장’을, 패스트트랙 지정의 원천 무효화를 요구하는 한국당은 ‘연장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위 활동이 종료될 경우 민주당이 중점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법이 이르면 7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도 있다는 게 한국당의 고민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연장’에 합의해 주면 패스트트랙 처리에 기본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쉽사리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개특위 종료냐, 연장이냐…'딜레마' 빠진 한국당
한국당, ‘연장’ 땐 선거제 개편 키 쥘 수도

공수처 법안 등 4개 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4월 29~30일)된 지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에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는 90일, 본회의 부의 후 표결까지 60일의 기한이 있다. 이 기한을 채우면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사개·정개특위는 패스트트랙 4법의 원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행정안전위원회를 대신해 법안 심사를 해왔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의견이 갈리는 첫 번째 지점은 두 개 특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할 것이냐는 문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게 패스트트랙 지정 취지에 맞는다”고 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존 틀에선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논의가 되기 어렵다”며 특위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선 특위 해산은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위 활동이 종료되면 법사·행안위로 법안을 이관해 잔여 기간인 118일 동안 심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해석이 아직까진 우세하다. 법사위 위원장은 한국당, 행안위 위원장은 민주당 몫이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행안위로 이첩되면 민주당은 바로 법안 표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정의당 몫인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심사의 키를 쥐자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3선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수처법, 7월 본회의 표결도 가능

정치권 일각에선 특위 활동이 종료되면 상임위 심사를 끝낸 것으로 보고, 곧바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공수처 법안, 형사소송법 등 선거법 개정안을 뺀 나머지 3개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건너뛰어도 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패스트트랙을 다룬 국회법 85조의2에는 ‘법사위 고유 법안은 자구·체계 심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등 고유 법안은 상임위 차원에서 심사한 뒤 체계·자구 심사는 따로 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고 했다. 상임위 추가 심사에 이어 법사위 자구·체계 심사까지 ‘패싱’하면 공수처 법안 등은 7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도 가능하다. 본회의 상정은 ‘부의 후 60일 이내’로 돼 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바로 표결에 부치면 59일이 더 절약된다. 330일의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에 267일을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 소속 한 사개특위 위원은 “민주당이 지난달에도 수적 우세를 앞세워 패스트트랙 상정을 날치기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며 “다만 절차상 변수가 워낙 많아 기간 단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일단 국회가 ‘정상화’돼야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