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작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하는 것이 우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 발언은 ‘북한 도발에도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보내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괜찮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대행(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대행(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핵화 방법론 놓고 한·미 간 간극 여전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한 기자들 질의에 “우리의 주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그 부분에 있어 (절차를) 진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날 통일부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원론적인 수준의 답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는 얘기다.

백악관은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할 때도 ‘식량’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최근 진행 상황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만 강조했다. 청와대가 백악관 발표 약 한 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전한 것과는 확연히 ‘방점’이 달랐다.

영국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도 8일 북한의 불법 환적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이 해군을 태평양에 파견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며 대북 압박 지속을 주문했다.

불편한 속내 드러낸 미국

대북 식량 지원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이 갈수록 표면화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에 대한 ‘복기’에서 한·미가 여전히 ‘다른 페이지’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과 미 의회는 미국의 ‘빅딜(일괄타결)’ 요구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좀 더 강하게 전달하길 바라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데 급급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조급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이 경제 교류를 할 수 있게 재량을 줄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현재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관한 질문엔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비건 - 정의용 만남서 해법 나올까

백악관이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동의’로 대응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미국도 김정은을 협상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있고, 김정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론적으로는 대북 식량 지원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서로 원하는 게 다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9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조찬 회동을 했다. 대북 식량 지원 방식과 규모 등이 논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