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45%까지 떨어졌다. 부정평가(50.1%)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며 긍정평가를 제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도 5%포인트 밑으로 떨어지며 오차범위 안까지 좁혀졌다. 중도층의 이탈과 보수층의 복원 현상이 뚜렷해지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여권이 긴장하고 있다.
돌아선 중도층…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50% 넘었다
보수층 30%대 복원

14일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1.3%포인트 내린 45.0%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tbs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15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 현 정부 출범 후 리얼미터가 벌인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전주보다 3.3%포인트 오른 50.1%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과 각 정당의 최근 지지도 조사 추이에서 눈길을 끄는 지표는 보수층의 결집 부분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한국당의 지지율이 4주 연속 상승하면서 한 달 전에 비해 7%포인트가량 오른 32.2%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 새로 선출된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기대감 증가가 문 대통령 지지층 이탈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대북관계’가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악화하면서 지지율을 하락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새로 출범한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기대가 한국당에 대한 보수층 복원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37.2%)과 한국당(32.3%)의 지지율 격차는 4.9%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국 사회를 이념적으로 보수, 진보, 중도로 규정했을 때 보수표가 30%가량 된다”며 “탄핵 이전의 좌우 이념 구도가 복원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대 지지율 이반 현상 고착화

청와대와 여당은 보수층 결집과 함께 중도층이 정부 비판에 가세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4주간 중도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10%포인트 하락하며 41.0%까지 떨어졌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중도층의 이동이 심각해 보인다”며 “적극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층’ 현상을 고려한다면 양당의 지지율은 박빙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대와 30대 초반 연령층의 민심 이반 현상도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20대 남성 지지율 약세가 하나의 트렌드로 잡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대별 지지율에 따르면 20대 지지율은 지난 1월 1주차에 29.8%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3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금융회사 고위 임원으로 잇따라 내정되고, 340개 공공기관에 직무연관성이 없는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공정에 민감한 20대 계층이 실망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수층 복원이 곧바로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코리아 측은 “한국당이 중도층에서 회귀한 보수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은 매우 어렵고 지난할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과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율이 상승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주 30.9%를 기록한 민주당 부·울·경 지지율은 이날 3.9%포인트 오른 34.8%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3일 부산을 방문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카드를 꺼내는 등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배정철/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