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민간용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미국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의에 착수했다. 개정이 이뤄지면 달 탐사 및 행성 탐사 임무에 필요한 우주발사체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한·미 양국은 민간 분야의 우주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고체로켓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국가 간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위험이 고조되자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자체 공격 역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개정안에는 한국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 제한을 해제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은 빠졌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제한 규정은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현행 지침엔 우주발사체용 액체로켓은 사거리와 탑재 중량에 제한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고체로켓은 100만 파운드·초(500㎏을 300㎞ 이상 운반할 때 필요한 힘)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액체연료에만 의존해왔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우주발사체는 액체연료보다 구조가 간단해 크기와 무게가 적고, 제작비용도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일본, 유럽, 인도 등 주요국도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도 고체연료를 사용한 지대지 탄도 미사일 ‘북극성-2형’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성 2형은 지난해 2월 처음 시험 발사가 이뤄진 뒤 5월에 실전 배치됐다.

북한은 2016년 9월 고체연료를 넣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고체연료 미사일은 하루 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에 비해 즉각 점화가 가능해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며 “군사적 차원에서도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번의 개정에서 우주발사체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100만 파운드·초에서 600만 파운드·초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