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빼고…문 대통령, 아세안·APEC서 美·中·러 정상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얼굴)은 오는 13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떠나는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순방을 계기로 러시아·호주 정상과 양자 회담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도 회담할 계획이다. 다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7일 동남아시아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다자정상회의 기간에 러시아·호주 등과 양자 회담을 하고 두 나라 사이의 실질 우호협력 증진과 지역 및 국제문제 관련 협력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일부터 제2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회의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다.

지난 8월 취임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한·호주 정상회담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3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계기로 이뤄진다. 청와대는 또 추가 양자 회담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남 차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할 예정인 펜스 부통령과도 면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회담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을) 만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양자 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분위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고, 정부도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가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과격한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리는 이어 “사법부의 판단은 정부 간 외교 사안이 아니다”며 “사법부 판단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 지도자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년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할 계획이다.

박재원/김채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