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일자리 정책으로 공기업 채용시장이 ‘복마전’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확대 방침을 틈타 임직원의 친인척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와중에 고용통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 압박에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수백 개씩 만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2일 박맹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제출받은 ‘단기 일자리 추가 고용계획’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단기 일자리 확충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지난 4월 임직원 자녀 1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세습’ 논란을 빚고 있는 한전KPS도 들어 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239명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기재부에 보고했다. 한전KPS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정비공사 보조인력 등 계약직 1538명을 뽑았다. 연말까지 추가로 뽑기로 한 인원을 포함하면 정원(6236명)의 30%, 1777명을 임시직으로 채우는 셈이다.

한국가스공사도 기재부 압박에 연말까지 64명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비정규직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했는데 이 중 25명(2.1%)이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연말에 정규직 전환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14곳이 연말까지 더 뽑겠다고 한 단기 일자리는 모두 1252개다. 산업부 산하기관 41곳 중 일부만 답변한 것이어서 계획안을 추가로 제출할 경우 단기 일자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의 업무 범위는 사무 보조와 자료 입력, 지원서 접수 정리, 식당 보조 등 단순 업무였다.

박 의원은 “기재부가 일자리 실적에 매몰돼 공기업들을 몰아붙이는 와중에 기업 내부에서는 경영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임직원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공기업 전반의 채용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