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서관과 함께 정상적으로 기획재정부 디브레인에 접속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서관과 함께 정상적으로 기획재정부 디브레인에 접속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접속이 허가되지 않은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내려받았다는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측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심 의원 측이 내려받은 자료 가운데 ‘청와대 및 정부부처 장·차관의 업무추진비’가 들어있다고 폭로하면서다.

심 의원 측 관계자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려받은 자료는 불법 취득한 것이 아니고 국가 보안을 요구하는 사항도 아니었다”며 “자료의 내용은 청와대와 정부부처 장·차관들의 불법적인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자료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될 경우 국정감사에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청와대 등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처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와 부처 장·차관들이 쓰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모든 사용내역을 국회에 일일이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와 디지털 국가 예산·회계 시스템인 ‘디브레인(dBrain)’을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은 전날 심 의원 보좌직원을 청와대와 정부 기관 30여개 행정정보 수십만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전자정부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디브레인에 접속해 정부 허가 없이 행정정보를 불법 열람해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디브레인은 국정감사와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의원 보좌직원이 신청할 경우 인증을 받아 연중 상시 접속이 가능하다.

심 의원 측은 “만약 열람이 제한되는 자료가 있다면 접속자에 따라 노출되지 않도록 미리 시스템에 적용하면 될 일인데 의원실에서 접근했을 때는 모든 자료가 내려받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디브레인 시스템 보안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심 의원 측은 “디브레인 담당자가 시스템 문제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통화녹취 증거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디브레인 접속 과정을 설명하는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접속해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있는데 심 의원측이 비공개 정보까지 무단 열람했다”며 “접속 권한에 대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심 의원 측은 정부가 검찰 고발 등 과잉대응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업무추진비와 같은 민감한 내용들이 있어서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부의 업무추진비 카드는 허가된 업종에서만 결제가 가능하고 유흥업소나 주점 등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청와대나 부처 장·차관들이 쓰는 업무추진비 카드에는 이 같은 결제 제한장치를 없애 한도 내에서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의심을 살만한 결제내역이 발견됐다는 것이 심 의원 측 주장이다.

이 같은 공방은 여야 간 정쟁으로 번졌다. 민주당이 전날 심 의원을 겨냥해 “정부 핵심통신망에 대한 공격행위이자 국기문란행위”라고 비판했고, 다음날 한국당은 송희경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국토부 택지개발 자료 유출에 연루된) 신창현 민주당 의원 구하기를 위한 국면전환용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박종필/이태훈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