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를 찾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에게 유족이 항의하고 있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에 나와 “유가족들이 의전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송 장관은 이날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 사고 여파로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KAI) 주가가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2200원으로 마감하며 2014년 7월16일(3만2150원) 이후 4년 만의 최저가를 나타냈다. 20일엔 300원(0.93%) 오른 3만2500원으로 사흘 만에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한국항공우주는 경북 포항시 마린온 추락 사고로 다섯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이후 3거래일 동안 14.47% 하락했다. 마린온은 한국항공우주가 제작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해병대용으로 개조한 모델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리온이 결빙 등 품질 관련 오해를 해소하는 데만 1년가량 걸렸는데 다시 품질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방한해 구매 의향을 밝혔던 수리온의 후속 양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968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수리온·마린온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수 있다.다만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교체사업(APT) 대상자 선정을 앞둔 만큼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PT 프로그램에 입찰한 네 곳의 후보 컨소시엄 중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포함)과 보잉이 앞서고 있다”며 “록히드마틴이 주도하는 사업이라 이번 사고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APT 사업을 따낼 경우 한국항공우주의 예상 수주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비교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1배로, 방산업체 세계 1위인 록히드마틴(39배)이나 2위인 보잉(23배)보다 낮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사고 없이 해병대 전역하는 게 목표라고 해놓고 이렇게 돌아오면 어쩌란 말이냐."22일 오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김대식관)에 마련된 해병대 마린온 헬기사고 합동분향소에는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해병대 측으로부터 순직한 고 박재우 병장의 유품을 건네받은 유족들은 사진과 수첩 등을 보며 오열했다.외할아버지는 건강했을 때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연신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특히 고 박 병장 수첩에 적힌 글을 보며 유족들은 가슴을 쳤다.박 병장은 수첩에 자신의 목표를 순서대로 적어 놓았고 이룬 것에는 체크해 놓았다.'헬기 타보기'에는 이미 목표를 이룬 만큼 체크가 돼 있고, '해병대 전역하기(사고 없이)'에는 체크가 돼 있지 않았다.지난 17일 포항공항에서 정비 시험비행에 나선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직후 주로터(주회전날개)가 항공기에서 분리된 뒤 동체가 지상에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 박 병장을 비롯해 탑승 장병 6명 중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순직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해병대 1사단 체육관에는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이주영 국회부의장, 홍철호 비서실장, 윤영석 수석대변인 등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때로는 눈물을 훔쳤다.그의 방문에 맞춰 한 유족은 '살인 헬리콥터 추방해라, 우리 애를 살려내라'고 쓴 종이피켓을 들고 소리치기도 했다.해병대 장병을 비롯해 육·해·공군 장병과 주민 등 각계각층 조문도 줄을 이었다./연합뉴스
한국당 의원 10여명 동행…유족 위로·사고현장 방문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합동분향소와 사고 현장을 찾았다.김 비대위원장이 지난주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 첫 현장 공식 일정이다.유족들은 분향소를 찾은 김 비대위원장 등에게 "이대로라면 다음에도 이런 사안이 또 터진다.어떻게든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해병대가 안전하고 좋은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요구했다.유족들은 지난 17일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 규명은 물론 관련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김 비대위원장은 조문 후 기자들에게 "가슴이 아프다.처가에도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 특히 젊은 가족을 잃은 심정을 안다"며 "참 국가로서도 엄청난 손실이다.굉장히 유능한 장교들을 잃었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아픔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위로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김 비대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한 데 대해선 "국방위 간사가 같이 와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다"며 "요구사항을 취합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어떻게 할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그는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유족 의전 불만'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이런 비극적인 자리에 와서 그에 대해 논평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가족들과 만나보니 저도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고 애도했다.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군 당국은 유족에 대한 정중한 예우와 함께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며 "헬기의 구조적 결함 파악과 방산비리 가능성까지 포함해 진상파악과 원인 규명을 한 뒤 관련 인사는 엄중 문책하라"고 말했다.윤 수석대변인은 이어 "한국당은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날 분향소와 사고현장 방문에는 이주영 국회부의장, 홍철호 비서실장, 윤영석 수석대변인,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김명연 의원,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 군(軍) 출신인 이종명·윤종필 의원, 포항을 지역구로 둔 박명재·김정재 의원, 김석기 경북도당위원장, 대구·경북이 지역구인 이완영·송언석 의원 등 10여명이 함께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