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시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오른쪽)와 함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시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오른쪽)와 함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바란다.”(문재인 대통령)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은 9일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을 취임 후 처음 만났다. 조한기 청와대 부속실장과 황현칠 삼성전자 서남아담당 부사장이 배석한 가운데 약 5분 동안 따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며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삼성, 인도에서 7만 명 고용”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 축사에서 삼성전자 신공장에 대해 ‘양국 경제협력의 결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수준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상생과 번영의 미래를 축복할 수 있어 그 기쁨이 더욱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건설한 스마트폰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 증설을 계기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인도 인근 국가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샤오미를 견제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전격 제안으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전격 제안으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에는 인도와 한국, 50여 개 부품회사의 노력과 기술이 함께 들어가 있다”며 “이 공장에서만 2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인도 현지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의 젊은 인구, 지리적 이점, 기초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경공업, 중공업, 첨단 정보기술(IT)까지 이어지는 경제 발전 경험이 결합된다면 양국이 성공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행사에서 삼성전자에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이 열린 이날을 “인도를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드는 특별한 날”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500억루피 투자를 통해서 인도와 삼성 간의 상호관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이는 한·인도 간 관계에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인은 거의 모든 중산층 가정에서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한국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특히 삼성은 인도인의 삶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은) 급격히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리더가 됐다”며 “삼성 리더십을 얘기할 때마다 인도 제조업을 격려해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가 현지 고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인도 내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는 “약 7만 명이 삼성에 직접 고용됐으며 5000명이 노이다에 있다”며 “이번 신공장 준공으로 1000명이 추가로 채용된다”고 했다. 두 나라 정상은 축사 후 신공장의 신규 생산라인을 함께 둘러봤다. 신공장 완공으로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기존보다 두 배 늘어난 월 1000만 대 규모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노이다 신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 두 명에게 스마트폰을 전달받고, 뒷면에 친필 사인을 했다. 이후 이 부회장에게 손을 건네 악수하고 격려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직접 맞았다. 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이 부회장은 고개를 90도가량 수차례 숙이며 인사했다.

◆양국 정상, 지하철로 행사장 이동

문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모디 총리와 지하철을 타는 ‘파격’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뉴델리에 있는 간디기념관을 모디 총리와 함께 관람했다.

두 정상은 기념관을 둘러본 뒤 신발과 양말을 벗고서 맨발로 정원 안에 마련된 간디 순교기념비로 이동해 기념비에 헌화하고 합장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평화가 길입니다. 평화는 평화로만 이룰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행사 후 양국 정상은 각각 전용차로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모디 총리의 제안으로 번디하우스역에서 보태니컬가든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지하철로 함께 이동했다. 모디 총리의 이 같은 파격 제안은 인도에 대규모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한국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자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탑승한 열차는 현대로템이 제작했고, 지하철 일부 구간 건설에는 삼성물산이 참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디 총리가 친교 예우 차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깜짝 제안했다”며 “지하철에서 인도 국민과 직접 만나자는 취지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 축사 말미에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뉴델리=손성태 기자/조미현·이승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