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4선 중진인 유기준 의원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신임 단체장들의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찬동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 시책으로 결정한 사업에 ‘지역 이기주의’가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다.

부산 서구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유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을 대비하는 관점에서도 기존 공항을 확대하는 미봉책을 택할 것이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날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지지 발언인 셈이다.

야당 중진까지 가세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쟁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지자체들 간 갈등이 빚어졌을 땐 부산만 가덕도를 원했을 뿐 울산과 경남은 밀양공항을 지지했다”며 “이번엔 부·울·경이 뜻을 같이한 데다 부산이 지역구인 야당 의원들도 가덕도를 지지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재론의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2016년 6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투자도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여서 번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덕도로 공항 부지를 옮기게 되면 이에 따른 막대한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신임 단체장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간신히 가라앉혀 놓은 갈등을 다시 끄집어내려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대구·경북(TK) 민심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셈법이라는 게 첫 번째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TK 지역에서 밀양 공항을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구 내 군사공항을 신설될 밀양 공항에 통합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이미 국토부에서 대구 군사공항 이전을 결정했고 하반기에 경북 군위와 의성 중에서 한 곳을 지정할 예정이어서 TK 지역에선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당 내 분열을 일으키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신하들이 정말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까지 참여한 가운데 당선자 신분인 광역단체장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영남권 지역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동휘/서기열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