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청와대 및 행정부 경제라인 가운데 ‘가장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악화된 고용상황을 반영하듯 고용 관련 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은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일 많이 꼽혔다.
"경제팀 가장 일 잘하는 장관은 김동연… 정책 실세는 장하성"
◆김 부총리 유일하게 ‘우수’ 평가

"경제팀 가장 일 잘하는 장관은 김동연… 정책 실세는 장하성"
한국경제신문이 7일 각계 전문가 1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김 부총리는 청와대 및 행정부 경제라인 업무 평가(10점 만점)에서 10명 가운데 가장 높은 7.01점을 받았다. 정책현실감각, 리더십, 업무수행능력, 직무적합성 등을 종합한 평가 점수다. 평가 대상 중 7점을 넘긴 이는 김 부총리가 유일하다.

김 부총리는 취임 초 ‘이번 정권에 지분이 없어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패싱’ 의심까지 받았다. 그러나 정권 초기 청와대 참모들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혁신성장으로 일부 선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덕에 전문가들로부터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6.20점)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6.12점)이 김 부총리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86점으로 내각 경제팀 중에선 네 번째였다.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5.44점으로 뒤를 이었고, 정치인이었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5.0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김현미 장관은 ‘강남 집값 잡기’식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서울 강남과 강북 및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를 벌렸다는 점에서, 김영주 장관은 지나친 ‘친(親)노동’ 성향으로 고용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박한 평가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참모 ‘박한’ 평가

청와대 정책라인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더 박했다. 장하성 정책실장(5.80점), 김수현 사회수석(5.64점), 홍장표 경제수석(5.30점)이 5점대에 그쳤고, 반장식 일자리수석은 4.96점으로 내각과 청와대 경제라인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부작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일련의 정책으로 현 정부의 최우선 목표인 ‘일자리 창출’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박한 점수를 준 것”이라고 평했다.

전체적으로 경제팀 평가에서 관료 출신 장관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은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과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를 주도한 청와대 참모진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청와대 정책라인은 특히 ‘정책현실감각’에서 점수가 대체로 낮았다.

◆경제 최고 실세는 장하성 실장

현 정부의 경제라인 중 최고 ‘파워맨’으로는 장하성 실장이 꼽혔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펴는 데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전문가 1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장 실장을 지목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24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한 전문가는 “최근 들어 장 실장이 인사권 등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지만 여전히 정책 분야에서는 최고 파워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16표를 얻어 세 번째를 차지했고 김수현 수석(12명), 홍장표 수석(9명) 순이었다. 김영주 장관(3명), 김현미 장관(2명), 최종구 위원장(1명)을 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각-靑 참모 ‘소통부족’

청와대 참모와 내각 멤버 간의 소통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 간 유기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2%가 ‘잘 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7.9%는 ‘매우 안되고 있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내놨다. ‘잘되고 있다’ 또는 ‘매우 잘되고 있다’는 응답은 42.8%였다. 한 전문가는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을 뒷받침하고 내각 장관들이 정책 전면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은 청와대가 정책방향을 정해 ‘톱다운’식으로 내려보내 내각과 청와대 간 소통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정책을 펴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4:22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중 관료 출신과 비관료 출신 비율. 장관급 인사 26명 가운데 관료 출신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26회), 조명균 통일부 장관(23회), 최종구 금융위원장(25회), 홍남기 국무조정실장(29회) 등 4명뿐이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옥희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고수곤 전광인쇄정보 대표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권혁 부산대 교수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김병곤 고려대 교수 △김병훈 한국무역협회 실장 △김소영 서울대 교수 △김승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김영준 국방대 교수 △김유정 옐로모바일 이사 △김인권 LF 상무 △김인영 한림대 교수 △김정기 SK 상무 △김종창 KAIST 교수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김주형 서울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호영 에스엠텍 대표 △남성욱 고려대 교수 △노대래 법무법인 세종 고문 △박기현 유안타증권 상무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박주정 대주KC 전무 △박천오 명지대 교수 △박호윤 KPGA 사무국장 △배조웅 국민레미콘 대표 △손병관 신한카드 본부장 △송종국 한양대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신율 명지대 교수 △안경태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갑수 이마트 사장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상무 △이광철 홍익대 교수 △이광형 KAIST 교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 △이병건 SCM 대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종원 LG생활건강 부문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 △이준기 연세대 교수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상무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인교 인하대 교수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장옥 서강대 교수 △조정호 벤디스 대표 △천태영 골프존 실장 △최남식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 공동대표 △최동진 대명위더스 대표 △최석원 SK증권 상무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최전남 남성기전 대표 △홍종호 삼성카드 책임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익명 요청한 응답자 72명은 제외

김일규/조미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