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문점 선언’ 발표 후 악수하는 남북 정상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판문점 선언’ 발표 후 악수하는 남북 정상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고 합의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10·4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추진한 이후 11년 만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이지만 또다시 NLL 포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

남북 정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한 배경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 정상은 또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NLL 포기 논란 빚은 서해 평화수역… 11년 만에 재추진
8시6분, 환송하는 청와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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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은 바다 위의 군사분계선(MDL)으로, 1953년 정전 이후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서해 5도 인근에 설정됐다. 하지만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다 남쪽으로 자신들의 해역을 주장하고 있다.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 정전 이후 바다에서 일어난 남북 간 군사 충돌이 NLL 인근에서 발생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9시27분, 김정은 기다리는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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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NLL의 평화수역 조성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NLL을 평화수역으로 추진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군사위협 중단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10·4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대청해전(2009년),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2010년) 등 도발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DMZ 관광지구로 거듭날까

9시30분, 남북정상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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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또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조성하는 데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DMZ 일대를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는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가 중단된다. 지금까지 남과 북은 최전방 40여 곳에서 확성기 방송을 해왔으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했다.

9시31분, 민통선 초등학교 화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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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각각 상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대신 개성에 공동사무소를 세우기로 했다.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등은 합의에서 제외됐다. 현재 남북은 최전방 GP에서 무력 대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사는 땅·하늘·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발적인 충돌을 막을 근본 대책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등에서 관련 내용을 추가로 협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판문점=공동취재단/조미현/장현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