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담긴 것과는 달리 김정은은 비핵화라는 말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를 네 차례 얘기한 문 대통령과 대비됐다.

남북 정상은 이날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회담이 열린 평화의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북측이 먼저 취한 핵 동결 조치들은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략)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사실을 재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은 “역대 합의처럼 사장화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무릎을 맞대고 협의했다. (합의가) 반드시 이뤄지게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인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약 5분간 이어진 김정은의 입장 발표에는 남북 공동체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김정은은 “지척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결해 싸울 이민족이 아니라 단합해 화목하게 살 한 핏줄, 한 민족”이라며 “같이 살 길을 열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판문점을 넘어 여기 왔다”고 했다.

김정은의 회견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국과 미국 모두 완전한 비핵화를 ‘핵 폐기’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핵 포기 의사를 직접 밝히지 않아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카드’로 핵 폐기를 아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육성 메시지는 북한 인민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핵 폐기를 직접 언급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조미현/배정철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