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한 정상회담 일정이 내달 27일로 확정되면서 한반도 명운을 가를 숨가쁜 릴레이 정상 외교전이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각 정상회담의 성패에 한반도의 명운이 걸려 있다”며 “북한 비핵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물밑 외교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명운' 가를 릴레이 정상회담… 北·日, 北·러도 '물밑 움직임'
◆“日, 북한에 정상회담 제안”

2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결정되면서 다른 정상회담 일정도 속속 정해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 방침이다. 또 오는 5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중국 일본과 협의 중이다.

여기에 ‘일본 패싱’을 우려한 일본이 적극 나서면서 정상 외교전 일정이 더 ‘빡빡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다음달 17~18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엔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통해 북한에 북·일 정상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 정권이 최근 노동당 간부들에게 정치 교육을 하는 학습회에서 제시된 자료에 “이르면 6월 초에 북·일 정상회담 개최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해당 자료는 김정은의 외교 수완을 치켜세우면서 한·미·중·일·러 순으로 각국에 대한 외교방침을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에서는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하면 200억~500억달러(약 21조6000억~54조1000억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하지만 조총련이 “완전한 날조”라고 반박해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미지수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북·중 정상회담으로 국제무대에 ‘깜짝 데뷔’한 김정은이 러시아로 외교 보폭을 넓힐지도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8일 대선 투표에서 승리해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때맞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최근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현재 러·북 정상회담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을 논의하는 틀 속에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릴레이 정상회담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깜짝 평화’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요 국가들 간에 비핵화를 보는 시각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비핵화 방식으로 제시한 데 비해 미국은 리비아 사례처럼 북한도 일괄적으로 핵폐기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로 외교라인을 교체하며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미국도 한반도에서 핵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한반도 지역의 비핵화”라며 “이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전면적인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