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국면 풀려야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

북한 비핵화가 우리 목표… 낙관만 하지 않을 것
북한 협상태도 염두에 두고 모든 상황 대비
대북제재 너무 촘촘… 할 수 있는 게 없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2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조 장관,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2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조 장관,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남북경제협력과 관련,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느꼈지만 대북제재가 너무 꼼꼼하고 촘촘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남북관계가 조금 풀렸다고 해서 경제교류를 금방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제재 국면이 풀려야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지, 북핵 문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 차이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한·미 동맹, 북한과 중국의 관계 등을 포함한 외교적 협력은 어떻게 해 나갈지 등 참석자들의 우려와 질문에 대해 “결코 낙관만 하지 않고 있으며, 그와 같은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양측이 신뢰를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의 기조강연 뒤 이뤄진 토론내용을 정리한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북한 태도 변화, 시간끌기로만 볼 수 없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북한은 일단 핵을 가진 다음에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평화공세를 편 뒤 핵무력을 완성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 과연 현재 말하는 평화가 항구적인 평화인지 알 수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명확하지 않다. 만약 북핵이 기정사실화됐을 때 이에 대비한 ‘플랜 B’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대신 최소한의 핵무기는 보유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핵무기들이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 될 우려도 있다.

▷조 장관=결코 낙관적으로만 보거나 일부 사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과거 북한의 행동을 볼 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핵화가 우리의 확실한 목표란 걸 전제로 할 것이다. 미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입장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겠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북한이 왜 협상 테이블에 나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핵을 개발할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장에 나왔다는 의구심이 있다. 대북제재 이후 지난해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완화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제재 완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관계 발전이 제한적일 것 같다. 안보와는 별도로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이 무엇인가.

▷조 장관=방금 지적한 부분도 북측의 협상 태도가 어떨 것인지 염두에 두며 대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또 여러 걱정에 대해 맞다 틀리다 일일이 설명하긴 쉽지 않은데 시간 벌기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중 대북제재를 직접 경험했는데 정말 촘촘하다. 어떻게 하든 걸리게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돼 있다. 북측에서도 경협 문제에 대해선 일절 요구하지 않았다. 경협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가야 하고, 그걸 위해선 북·미 대화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북한도 이번을 계기로 그런 인식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지금 상황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과연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은 결국 제재 때문에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로 봐야 한다. 그런데 미·중이 생각하는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과연 같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향후 북핵 협상과 관련한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조 장관=남북 간의 장애요인은 지금은 어떻게 보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실은 별로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있다. 특히 가장 큰 장애는 신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북·미 간도 그렇고, 우리와도 마찬가지다. 협상 때 상대와 합의하면 그것을 이행할 것이란 예측이 돼야 하는데, 남북과 북·미 사이엔 그런 신뢰가 거의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걸 어떻게 형성하는지가 첫 번째 과제다.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를 조절하는 것도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협력 역시 중요하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북핵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현재 전문가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체제 안정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ICBM 완성에 거의 성공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은 북핵 문제보다 남북 통일이 더 무서울 것이란 예상들이 많다. 북핵 문제를 미·중 간 패권 경쟁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이 우리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대응을 요구할지 알고 싶다. 또 김정은이 정말로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북한 태도 변화, 시간끌기로만 볼 수 없어"

▷조 장관=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평양에 다녀온 뒤 주변국들에 바로 가서 직접 정상들을 만났다. 러시아는 대선 때문에 못 만났지만 방북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와 중국 간의 관계, 미·중 관계, 북·중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북·중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북·중 관계가 원활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노력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북핵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외에 다른 요구를 들고 나올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아마 협상을 하면서 나올 것 같다. 북한이 체제 보장 외에 다른 목적을 갖고 핵을 보유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본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최종적 출구로 비핵화와 평화 협정, 북·미 수교 등이 있는데 북한 지도층이 과연 평화를 원할 것인지 궁금하다. 만일 정말로 북·미 수교가 이뤄진다면 의외로 진짜 평화는 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평화와 북한 체제 보장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표면적으로는 평화 수교지만 내면적으론 북한의 체제 보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 장관=우리가 생각하는 평화가 있을 것이고, 각각 생각하는 평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서 평화를 이끌어 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는 체제 안전 보장이다. 그런데 체제 안전을 위협받는다고 느껴 핵을 개발했다. 그런 측면을 이해하지 않으면 평화를 이끌 방법이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와 공통점을 찾아 가야 할 것이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다음주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은 공식 의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경협 관련 내용은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각종 경협에 대해선 조금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조 장관=그 부분은 충분히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필요시 북측과 얘기할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해 북측에 충분히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일정 단계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평화적 여건 조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아니다. 지금 한국이 경협을 얘기하면 국제사회가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

이미아/김채연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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