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비핵화' 진짜 의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이 약속한 비핵화의 진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김정은이 직접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제재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시간벌기용 위장평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김정은식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뜻하는 국제 사회의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식 핵 보유’로 가느냐 ‘카자흐스탄식 핵 포기’로 가느냐는 결국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협상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겠다면 미국과 정상적 관계 회복이 되고 그것은 북·미 수교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미 수교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지향점 중 하나가 수교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비핵화를 표면적으로는 김정은이 받아들인 게 북·미 갈등 완화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비핵화와 같은 뜻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핵폐기를 비핵화로 보고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선언’ 때처럼 ‘말로만 비핵화’가 되고 북·미 대화의 판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도 핵 동결 정도로 시간을 끌면서 핵 고도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차관은 “김정은은 핵 무력을 체제에 대한 궁극적인 보장으로 간주하는 만큼 핵 무력과 평화를 거래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비핵화 이행 검증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가느냐,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처럼 자발적으로 핵 포기를 하느냐는 비핵화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공조에 달렸다는 얘기다.

북한 매체들이 북·미 정상회담 보도를 하지 않는 것도 국제 사회의 이런 의구심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직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지는 북·미 간 대화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